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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사면에 클린스만 논란까지…또 고개 숙인 정몽규, 이번에도 '책임'은 없다 [IS 시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축구인 사면 파동에 이어 이번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 논란에 사과했다. 그러나 정작 책임 있는 행동은 없다. 사면 논란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탈락 이후 자취를 감춘 채 침묵하던 정몽규 회장은 탈락 이후 약 열흘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6일 대한축구협회 임원회의 직후다. 전날 대표팀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해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으자 이날 오전 긴급 임원회의를 개최한 뒤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1년 전 사면 논란이 그랬듯 이번 기자회견마저 사실상 기습에 가깝게 열렸다. 전날 축구협회 임원회의 개최 소식을 전할 당시 대한축구협회 측은 ‘회의결과 발표는 미정’이라고 알렸다. 회의 결과가 이날 공개될지, 발표된다면 누가 어떤 방식으로 발표할지조차 전날 공개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2시간을 앞두고서야 일방적으로 정몽규 회장의 기자회견 소식을 알렸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사면 논란 당시에도 당시 A매치를 앞둔 직전 슬그머니 보도자료로 이 사실을 발표했다가 이른바 기습 사면 논란에 휩싸였던 바 있다.정몽규 회장은 ‘발표문’을 통해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축구팬, 축구인들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 축구 대표팀을 운영하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저와 대한축구협회에 가해지는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이후 다른 내용은 전날 전력강화위원회 브리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 회장은 “대표팀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경기 운용,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우리가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여러 논의와 의견을 종합한 결과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으로서의 경쟁력과 태도가 국민의 기대치와 정서에 미치지 못했고, 앞으로 개선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어 2026 북중미월드컵 2차 예선 재개 전에 사령탑 교체를 결정하게 됐다”며 경질을 발표했다.사과문만 읽고 취재진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해 비판을 받았던 1년 전을 의식한 듯 이날 정 회장은 취재진 질문에 답했다. 그러나 취재진 질문에 대한 정 회장의 답변엔 번번이 핵심이 빠졌다. 차기 사령탑,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 등에 대해서도 향후 논의해 결정하겠다고만 답했다.
핵심인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는 “종합적인 책임은 축구협회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 원인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더 자세히 하고, 거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면서도 재차 ‘사퇴 의사’에 대한 질문엔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과 연임에 대한 규정 등을 설명하는 등 애매한 답변만 내놨다.특히 사퇴 의사에 대한 질문에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여러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먼저 답한 건, 사실상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자신의 책임은 없다는 뜻으로 읽혔다. 정 회장은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때와 똑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 61명에서 23명으로 좁혀지고, 최종적으로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으로 정했다. 이후 인터뷰를 했고 우선순위 1, 2위를 2차 면접한 뒤 클린스만 감독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했다.정 회장이 ‘사퇴’ 질문에 굳이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부터 설명하며 ‘오해’라고 언급한 건 ‘클린스만 감독 선임이 정 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에 대한 방어였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회가 배제됐다는 건 이미 전력강화위원들의 공통된 불만이었고, 클린스만 감독조차 취임 기자회견 당시 정 회장과 오랜 친분을 강조한 바 있다.스스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거나, 하물며 대대적인 쇄신 의지조차 없이 핑계와 허울뿐인 사과만 반복하니 팬들의 분노가 가라앉을 리 없다. 근본적인 변화조차 없이 유명무실했던 전력강화위 면면만 바꾸고 차기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계획에 신임이 안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승부조작 사범 등을 기습 사면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흘 만에 철회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정 회장은 부회장과 이사진의 총사퇴 속에서도 자리를 지켰다. 스스로 “가장 책임이 큰 저 역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닌가 솔직히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하지만 임기가 1년 8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협회를 안정시키고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회장으로서 진정으로 한국 축구를 위하는 길이라고 판단을 하게 됐다”고 핑계 댔다.그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한국축구는 또다시 위기에 빠졌고, 그 논란의 중심에는 정 회장이 서 있다. 그럼에도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겠다는 다짐은 없고, 오히려 4선 도전 가능성까지 직접 열어둔 채 자리를 지키는 데만 급급하다. 수장이 그대로인데, 대한축구협회와 한국축구가 앞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김명석 기자
2024.02.17 08:03